생명과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학부 실험이나 연구실에서 한 번쯤은 해 보았을 실험이 "Western blot"이다. 젤을 붓고, 전기영동을 하고, 막으로 옮기고, 항체를 붙이고, 어두운 방에서 필름을 현상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손으로는 해 보았지만 정작 면접에서 "Western blot의 원리를 설명해 보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절차를 나열하는 데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왜 그 순서인지, 각 단계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Western blot의 원리를 단계별로 알아보고, 결과로 나온 밴드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제약바이오 회사에서는 이 실험을 어디에 쓰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앞선 ELISA 편과 비교하면서 읽으면 두 실험의 관계가 더 분명해질 것이다.

"SDS-PAGE 젤을 염색하면 밴드가 이미 보이는데, 왜 굳이 막으로 옮겨서 항체까지 붙일까?" "젤은 왜 위아래 두 부분으로 되어 있고, 시료는 어떻게 얇은 밴드로 모이는 것일까?" "밴드가 예상한 분자량 자리에 나오지 않으면 항체가 잘못된 것일까?" Western blot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져 봤을 궁금증들이다. 하나씩 차근차근 알아보자.

Western blot 개요

Western blot은 단백질 혼합물을 전기영동으로 크기에 따라 분리한 후 막 (membrane)으로 옮기고, 목표 단백질에 특이적인 항체로 검출하는 방법이다. 크게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단백질을 크기별로 분리하는 "SDS-PAGE", 젤 속의 단백질을 막 표면으로 옮기는 "전이 (transfer)", 막 위의 단백질에 항체를 결합시키는 "항체 반응", 그리고 결합한 항체의 신호를 읽어 내는 "검출"이다. 이름은 DNA를 막으로 옮겨 검출하는 Southern blot에서 왔다. Southern은 이 방법을 개발한 사람의 이름이고, 이후 RNA를 대상으로 한 방법을 Northern, 단백질을 대상으로 한 방법을 Western이라 부르게 되었다. 단백질 Western blot은 1979년 Towbin이 방법을 발표하였고, 1981년 Burnette가 이 이름을 붙였다.

Western blot의 네 단계: SDS-PAGE, 전이, 항체 반응, 검출

그림 1. Western blot의 네 단계. 전기영동이 크기로 나누고, 항체가 특이성으로 하나를 지목한다.

여기서 첫 번째 궁금증에 답할 수 있다. SDS-PAGE 젤을 Coomassie로 염색하면 시료에 들어 있는 모든 단백질이 밴드로 보인다. 세포 용해물처럼 수천 종의 단백질이 섞인 시료에서는 밴드가 겹쳐서 어느 것이 내가 찾는 단백질인지 알 수 없다. 항체는 그중 하나만 골라내는 도구다. 즉 전기영동은 "크기"라는 기준으로 단백질을 나누고, 항체는 "특이성"이라는 기준으로 그중 하나를 지목한다. 두 기준이 겹치는 자리에 밴드가 나타나므로, Western blot 한 장에는 "이 단백질이 있는가"와 "크기가 얼마인가"라는 두 가지 정보가 함께 담긴다.

ELISA와 비교하면 특징이 더 분명해진다. ELISA는 단백질을 자연 상태 (native)로 두고 항체를 결합시켜 양을 정량하는 방법이고, Western blot은 단백질을 SDS로 변성시켜 풀어 놓은 상태에서 항체를 결합시켜 존재와 크기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ELISA의 결과는 농도라는 숫자이고, Western blot의 결과는 밴드라는 그림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두 방법의 역할이 다르다. 이 부분은 뒤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1단계: SDS-PAGE

전기영동의 원리

"전기영동 (electrophoresis)"은 전하를 띤 입자가 전기장 안에서 이동하는 현상을 이용하여 물질을 분리하는 방법이다. 완충액 속에 양극과 음극을 두고 전압을 걸면, 음전하를 띤 입자는 양극 쪽으로, 양전하를 띤 입자는 음극 쪽으로 끌려간다. 이때 입자가 움직이는 속도는 두 힘의 균형으로 정해진다. 전기장이 입자를 끄는 힘은 입자의 전하가 클수록 강하고, 주변 매질이 입자를 붙드는 마찰력은 입자가 클수록 강하다. 따라서 전하가 크고 크기가 작은 입자가 빨리 움직이고, 전하가 작고 크기가 큰 입자는 느리게 움직인다.

자유로운 용액 속에서는 이 속도 차이가 크지 않아 분리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전기영동은 "젤 (gel)"이라는 그물 속에서 한다. 젤은 물이 가득 찬 3차원 그물 구조이고, 입자는 그물의 구멍을 비집고 지나가야 한다. 큰 입자는 구멍에 자주 걸려 느려지고 작은 입자는 잘 빠져나간다. 이것을 "분자 체 효과 (molecular sieving)"라 한다. 젤의 그물이 촘촘할수록 체 효과가 커진다. 단백질 전기영동에 사용하는 젤이 폴리아크릴아마이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DNA 전기영동에 쓰는 아가로스 젤은 구멍이 커서 수백에서 수천 염기쌍의 큰 DNA에 맞고, 단백질은 그보다 훨씬 작아 폴리아크릴아마이드처럼 구멍이 작은 젤이라야 걸러진다.

폴리아크릴아마이드 젤이 만들어지는 과정

폴리아크릴아마이드 젤은 "아크릴아마이드 (acrylamide)" 단량체가 긴 사슬로 연결되고, 그 사슬들이 "비스아크릴아마이드 (bis-acrylamide)"라는 다리 분자로 서로 묶이면서 만들어진다. 아크릴아마이드만 있으면 실처럼 긴 사슬만 생기고 그물이 되지 않는다. 비스아크릴아마이드가 사슬과 사슬을 가로로 이어 주어야 3차원 그물이 된다. 이 반응은 라디칼 중합 반응이며, 라디칼을 만들어 주는 "APS (ammonium persulfate)"와 그 반응을 촉진하는 "TEMED"를 넣는 순간 시작된다. 그래서 젤 용액을 만들어 두었다가 APS와 TEMED를 마지막에 넣고 곧바로 판 사이에 붓는다.

그물의 촘촘함은 두 가지로 조절한다. 아크릴아마이드의 총 농도가 높을수록 사슬이 많아져 구멍이 작아지고, 비스아크릴아마이드의 비율이 달라지면 사슬 사이의 다리 간격이 달라진다. 실무에서는 대개 총 농도만 바꾸어 "10% 젤", "12% 젤"과 같이 부른다. 아크릴아마이드 단량체는 신경 독성이 있으므로 중합 전의 용액을 다룰 때는 장갑을 껴야 하고, 굳은 젤은 독성이 훨씬 낮다는 점도 알아 두자.

SDS와 환원제가 하는 일

"SDS-PAGE (sodium dodecyl sulfate polyacrylamide gel electrophoresis)"는 단백질을 크기에 따라 분리하는 전기영동이다. 앞에서 본 대로 전기영동에서의 이동 속도는 전하와 크기가 함께 정한다. 그런데 단백질은 본래 크기도 다르고 전하도 다르고 모양도 제각각이어서, 그대로 전기영동을 하면 세 요인이 뒤섞여 크기만으로 분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료를 준비할 때 "SDS"라는 음이온성 계면활성제를 넣고 끓인다.

SDS는 한쪽 끝에 음전하를 띤 황산기가 있고 반대쪽에 긴 탄화수소 꼬리가 달린 분자다. 탄화수소 꼬리가 단백질의 소수성 부분에 달라붙으면서 단백질의 접힌 구조를 풀고 (변성), 풀어진 사슬을 따라 SDS가 줄지어 붙으면서 단백질 전체가 음전하로 덮인다. 단백질 1 g당 SDS가 대략 1.4 g 결합하는데, 이 비율이 단백질 종류와 무관하게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단백질의 길이에 비례하는 전하가 생긴다. 즉 전하와 크기가 서로 비례하게 되어 전하 차이가 이동 속도에 미치는 영향이 사라지고, 모양도 모두 막대 모양으로 같아진다. 남는 변수는 크기뿐이며, 그물의 체 효과에 의해 작은 단백질이 빨리, 큰 단백질이 느리게 이동한다. SDS로 덮인 단백질은 모두 음전하이므로 양극 쪽으로만 움직인다. 젤의 위쪽 (시료를 넣는 쪽)이 음극, 아래쪽이 양극인 이유다.

SDS가 단백질을 길이에 비례하는 음전하 막대로 만드는 원리

그림 2. SDS의 작용. 크기·전하·모양이 제각각인 단백질이 길이에 비례하는 음전하를 띤 막대로 바뀌어, 크기 차이만 남는다.

여기에 "환원제"를 함께 넣는다. DTT (dithiothreitol)나 β-mercaptoethanol이 단백질 안팎의 이황화 결합 (disulfide bond)을 끊어, 여러 사슬로 이루어진 단백질을 낱개의 사슬로 나눈다. SDS는 소수성 결합과 수소 결합으로 유지되는 접힘은 풀 수 있지만 공유 결합인 이황화 결합은 끊지 못하기 때문에 환원제가 따로 필요하다. 환원제를 넣은 조건을 "환원 조건 (reducing)", 넣지 않은 조건을 "비환원 조건 (non-reducing)"이라 하며, 어느 쪽을 쓰느냐에 따라 같은 단백질이 전혀 다른 밴드로 나타난다.

예제) IgG 항체를 환원 조건과 비환원 조건에서 각각 SDS-PAGE 하면 밴드는 어떻게 다르게 나오는가?

IgG는 중쇄 (heavy chain) 2개와 경쇄 (light chain) 2개가 이황화 결합으로 연결된 약 150 kDa의 단백질이다. 비환원 조건에서는 이황화 결합이 유지되므로 네 사슬이 붙은 채로 이동하여 150 kDa 부근에 밴드 하나가 나온다. 환원 조건에서는 이황화 결합이 끊어져 중쇄 (약 50 kDa)와 경쇄 (약 25 kDa)가 따로 이동하므로 밴드 두 개가 나온다. 항체의약품의 SDS-PAGE 결과를 볼 때 환원인지 비환원인지를 먼저 확인하여야 하는 이유다. 회사에서는 두 조건을 모두 수행하여 비환원에서는 조립되지 않은 사슬이나 응집체를, 환원에서는 사슬의 절단 여부를 본다.

환원제가 이황화 결합을 끊어 IgG 밴드가 달라지는 원리

그림 3. 환원제의 역할. 이황화 결합이 끊기면 IgG는 150 kDa 밴드 하나에서 중쇄 50 kDa과 경쇄 25 kDa 두 밴드로 나뉜다.

시료 준비

젤에 싣기 전의 시료 준비도 결과를 좌우한다. 먼저 시료의 단백질 농도를 BCA나 Bradford 같은 단백질 정량법으로 측정하여 lane마다 같은 양이 실리도록 맞춘다. 이 단계를 건너뛰면 뒤에서 밴드 진하기를 비교할 근거가 사라진다. 다음으로 시료에 "sample buffer"를 섞는다. Sample buffer에는 SDS와 환원제 외에 pH를 잡아 주는 Tris, 시료를 무겁게 하여 well 바닥에 가라앉히는 glycerol, 전기영동의 진행을 눈으로 보게 해 주는 bromophenol blue가 들어 있다.

Bromophenol blue는 작은 음이온이라 어떤 단백질보다 앞서 이동하므로, 이 색소가 젤 바닥에 닿기 전에 전기영동을 멈추면 단백질이 젤 밖으로 빠져나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섞은 시료는 95℃ 부근에서 5분 정도 가열하여 변성을 완전하게 한다. 다만 세포막 단백질처럼 가열하면 오히려 응집하는 단백질도 있어, 이런 경우에는 70℃ 정도로 온도를 낮추거나 실온에서 처리한다. 가열 후 원심분리하여 불용물을 가라앉히고 상등액만 싣는 것도 밴드가 번지지 않게 하는 요령이다.

젤이 두 부분인 이유

두 번째 궁금증, "젤은 왜 위아래 두 부분으로 되어 있고, 시료는 어떻게 얇은 밴드로 모이는 것일까"에 답할 차례다. 실제 젤은 위쪽의 성긴 "stacking gel (농축 젤)"과 아래쪽의 촘촘한 "resolving gel (분리 젤)"로 되어 있다. Stacking gel은 아크릴아마이드 농도가 4~5% 정도로 낮고 pH가 6.8이며, resolving gel은 농도가 7.5~15%로 높고 pH가 8.8이다.

SDS-PAGE 젤의 구조: stacking gel, resolving gel, 완충액과 두 이온

그림 4. SDS-PAGE 젤의 구조. 성긴 stacking gel (pH 6.8)과 촘촘한 resolving gel (pH 8.8), 그리고 완충액의 glycine과 젤 안의 염화 이온.

Well에 넣는 시료는 두께가 수 mm에 이른다. 이 상태로 곧바로 분리를 시작하면 같은 단백질이라도 well의 위쪽에 있던 것과 아래쪽에 있던 것의 출발점이 달라져 밴드가 두껍고 흐리게 나온다. 그래서 분리에 앞서 모든 단백질을 같은 위치로 모으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 압축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젤의 pH 차이와 완충액에 들어 있는 두 이온이다.

전기영동 완충액에는 Tris와 "glycine"이 들어 있고 (pH 8.3), 젤 완충액에는 Tris와 염산에서 온 "염화 이온 (Cl-)"이 들어 있다. 염화 이온은 작고 전하가 항상 −1이어서 어느 pH에서나 빠르게 움직인다. Glycine은 다르다. Glycine은 아미노기와 카복실기를 모두 가진 아미노산이어서, pH 6.8인 stacking gel 안에서는 대부분이 양전하와 음전하를 하나씩 가진 중성 상태로 존재하고 음전하를 띤 분자는 극히 일부뿐이다. 그래서 stacking gel에서 glycine은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

전압을 걸면 빠른 염화 이온이 앞서 이동하고 느린 glycine이 그 뒤에서 이동하는데, 두 이온 사이의 구간에는 전하를 나를 이온이 부족해져 전기 저항이 커지고 전기장이 강해진다. 같은 전기장에서 비교하면 SDS로 덮인 단백질은 염화 이온보다 느리고 glycine보다 빠르므로, 단백질은 염화 이온을 앞지르지 못하고, 뒤처지면 glycine 구간의 강한 전기장에서 가속되어 두 이온 사이의 좁은 구간에 머무르게 된다. Glycine 구간은 전기장이 강해진 만큼 빨라져 결국 염화 이온과 같은 속도로 이동하므로 (등속 전기영동, isotachophoresis), 이 띠는 흐트러지지 않고 그대로 내려간다. 그 결과 well 안에 퍼져 있던 단백질이 두 이온 사이의 얇은 띠로 압축된다. 이것이 "stacking (농축)"이다. 이 단계에서는 크기별 분리가 일어나지 않아야 하므로 stacking gel의 아크릴아마이드 농도를 낮추어 체 효과를 없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