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의약품을 만드는 회사의 정제, 공정개발, QA 직무를 준비하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주제가 "바이러스 안전성 (viral safety)"이다. 정제 공정도를 보면 Protein A 크로마토그래피 다음에 "저pH 불활화"가 있고, 정제 후반부에는 "바이러스 필터"가 있다. 공정 순서는 외우고 있는데, 왜 이 두 단계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지, 둘 중 하나만 있으면 안 되는지, 바이러스가 없다는 것은 어떻게 확인하는지를 물으면 답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글에서는 ICH Q5A(R2)를 바탕으로 바이러스 안전성이 필요한 이유부터 알아보고, 세포은행과 배양액에 대해 수행하는 "바이러스 부정시험", 그리고 정제 공정에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저pH 불활화"와 "바이러스 여과"의 원리와 관리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CHO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적도 없는데 왜 매 배치마다 바이러스를 없애는 공정을 넣을까?" "저pH 처리로 모든 바이러스가 죽는다면 바이러스 필터는 왜 또 필요할까?" "시험 결과가 음성이면 바이러스가 없다고 말해도 될까?" 정제 공정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져 봤을 궁금증들이다. 하나씩 차근차근 알아보자.

바이러스 안전성이 필요한 이유

바이오의약품은 살아 있는 세포가 만든다. 세포가 만든 단백질을 정제하여 사람에게 주사하는 것이므로, 세포와 함께 자란 바이러스가 제품에 섞여 들어갈 가능성을 처음부터 고려하여야 한다. ICH Q5A(R2)는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경로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내인성 바이러스 (endogenous virus)"다. 설치류 세포는 유전체 안에 레트로바이러스 서열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다. 항체 생산에 가장 널리 쓰이는 CHO 세포도 마찬가지여서, 배양 중에 "레트로바이러스 유사 입자 (RVLP, retrovirus-like particle)"를 배양액으로 내보낸다. 외부에서 감염된 것이 아니라 세포 자체가 만드는 것이므로, 아무리 깨끗한 원료로 배양하여도 배양액에는 이 입자가 존재한다. 다행히 CHO 세포의 RVLP는 감염성이 없는 것으로 오랫동안 확인되어 왔다. 그렇다고 하여 그대로 두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규제기관은 감염성이 없더라도 공정이 이 입자를 얼마나 제거할 수 있는지 숫자로 보여 줄 것을 요구한다.

두 번째는 "외래성 바이러스 (adventitious virus)"다. 의도하지 않게 밖에서 들어온 바이러스를 말한다. 배지에 첨가하는 혈청이나 돼지 유래 트립신 같은 동물 유래 원료, 정제에 사용하는 동물 유래 항체가 결합된 수지, 부형제, 그리고 작업자와 환경이 모두 경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CHO 배양 공정에서 쥐 파보바이러스 (MVM, minute virus of mice)와 Vesivirus 2117에 의한 오염이 보고되었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공장이 몇 달씩 멈춘 사례도 있었다. 배양 중 세포 생장이나 생존율이 평소와 다르게 떨어지면 바이러스 오염을 의심하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첫 번째 궁금증에 답할 수 있다. CHO 세포가 감염된 적이 없어도 매 배치 바이러스 제거 공정을 넣는 이유는, 세포 자체가 내보내는 RVLP가 항상 존재하고, 언제 어떤 경로로 외래성 바이러스가 들어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제거 공정은 오염이 확인되었을 때 쓰는 비상 조치가 아니라, 오염을 가정하고 매 배치 수행하는 상시 공정이다.

ICH Q5A(R2)의 세 가지 접근법

ICH Q5A는 사람 또는 동물 세포주 유래 바이오의약품의 바이러스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법을 정한 국제 가이드라인이다. 1997년에 처음 제정되고 1999년에 R1으로 개정된 후 오랫동안 그대로 유지되다가 2023년 11월에 R2로 개정되었는데, 차세대염기서열분석 (NGS)의 도입, 사전 지식 (prior knowledge)을 이용한 플랫폼 밸리데이션, 연속공정, 바이러스 벡터 제품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었다. 면접에서 "Q5A"를 언급할 때는 R2 개정판이 현행이라는 점을 함께 기억해 두자.

Q5A(R2)는 바이러스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세 가지 상호 보완적인 접근법으로 정리한다.

Table 1. ICH Q5A(R2)가 제시하는 바이러스 안전성 확보의 세 가지 접근법

접근법 내용 실무에서의 모습
세포주와 원료의 선정 및 시험 세포은행과 배지 성분 등 원료에 바람직하지 않은 감염성 바이러스가 없는지 시험 MCB, WCB, 생산종료세포에 대한 바이러스 부정시험, 동물 유래 원료 배제 또는 조사 처리
공정의 바이러스 제거 능력 평가 정제 공정이 외래성 및 내인성 바이러스를 제거하거나 불활화하는 능력을 평가 바이러스 클리어런스 연구, 저pH 불활화, 바이러스 여과
생산 단계별 제품 시험 적절한 생산 단계에서 감염성 바이러스가 없음을 시험으로 확인 매 배치 미정제 벌크 (unprocessed bulk)의 외래성 바이러스 부정시험

ICH Q5A(R2) 바이러스 안전성 세 가지 접근법과 각각의 한계

그림 1. ICH Q5A(R2)의 세 가지 접근법 — 겹쳐 두어야 안전하다

세 가지가 모두 필요한 이유는 어느 하나도 단독으로는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은 검출한계 이하의 바이러스를 찾지 못하고, 공정의 제거 능력은 소규모 모델 실험으로 추정한 값이며, 원료 관리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벽할 수 없다. 세 가지를 함께 적용하여 어느 하나가 놓친 바이러스를 다른 하나에서 걸러 내도록 한다는 것이 Q5A의 기본 원칙이다.

바이러스 부정시험

"부정시험 (test for absence)"은 특정 오염물이 검출되지 않음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무균시험이 미생물에 대한 부정시험이라면, 바이러스 부정시험은 세포은행과 배양액에 감염성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음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언제, 무엇을, 어떻게 시험하는지 순서대로 알아보자.

세포은행 단계의 시험

바이러스 시험은 세포은행 단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수행한다. Q5A(R2) 본문의 첫 번째 표는 "마스터 세포은행 (MCB)", "워킹 세포은행 (WCB)", 그리고 "생산종료세포 (EOPC, end of production cells)"의 세 수준에서 어떤 시험을 하는지 정리하고 있다. 생산종료세포는 생산에 사용하는 최대 계대 수 또는 그 이상까지 배양한 세포이며, ICH Q5A(R2)는 이를 LIVCA (cells at the limit of in vitro cell age)라는 약어로 부른다.

Table 2. 세포은행 수준별 바이러스 시험 (ICH Q5A(R2) Table 1 요약)

시험 MCB WCB LIVCA
레트로바이러스 시험 수행 생략 수행
in vitro 외래성 바이러스 시험 또는 NGS 수행 수행 (WCB 또는 WCB 유래 LIVCA에서) 수행
in vivo 외래성 바이러스 시험 또는 NGS 위험평가에 따라 수행 생략 위험평가에 따라 수행
특정 바이러스 시험 위험평가에 따라 수행 생략 생략

MCB에서 가장 많은 시험을 하고, WCB는 MCB에서 이미 확인한 항목을 생략할 수 있으며, LIVCA는 배양 기간 동안 잠복 바이러스가 활성화되거나 소량의 바이러스가 증폭되지 않았는지를 한 번 확인한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WCB의 시험을 생략할 수 있는 조건은 MCB에서 시험을 마쳤고 그 WCB에서 유래한 LIVCA에서도 시험을 마친 경우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WCB는 시험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조건을 충족하면 생략할 수 있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레트로바이러스 시험

CHO 세포처럼 설치류 유래 세포주는 레트로바이러스 입자를 내보내므로, 이 입자의 종류와 감염성을 확인하여야 한다. 세 가지 시험을 조합한다. 첫 번째는 "투과전자현미경 (TEM)"으로, 세포 안팎의 입자를 직접 관찰하여 A형, C형과 같은 입자의 형태를 확인한다. 두 번째는 "역전사효소 (RT) 활성 시험"으로, 세포를 제거한 배양 상등액에서 레트로바이러스 특유의 역전사효소 활성을 PCR 기반으로 고감도로 검출하는 "PERT (product-enhanced reverse transcriptase) 시험"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는 "감염성 시험"으로, 상등액을 Mus dunni와 같이 쥐 레트로바이러스에 감수성이 있는 세포에 접종하거나 세포를 함께 배양한 후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이 세 가지가 서로 다른 것을 본다는 점이 중요하다. TEM은 입자가 있는지를 보지만 감염성은 알 수 없고 감도가 낮다. PERT는 감도가 높지만 세포 자체의 DNA 중합효소도 양성으로 나올 수 있어 확인 시험이 필요하다. 실제로 감염이 일어나는지는 감염성 시험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CHO 세포의 경우 TEM으로 입자는 관찰되지만 감염성 시험은 음성으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조합이 앞서 말한 "RVLP는 있지만 감염성은 없다"는 결론의 근거다.

in vitro 외래성 바이러스 시험

외래성 바이러스 부정시험의 중심은 "in vitro 세포배양 감염성 시험"이다. 시험 원리는 단순하다. 시험 검체 (세포 용해물과 배양액, 또는 미정제 벌크)를 바이러스에 감수성이 높은 "지표 세포 (indicator cell)"에 접종하고 일정 기간 배양하면서 바이러스 감염의 흔적을 관찰한다. 관찰하는 흔적은 세 가지다. 세포가 둥글게 변하거나 떨어져 나가는 "세포변성효과 (CPE, cytopathic effect)", 감염된 세포 표면에 적혈구가 달라붙는 "혈구흡착 (hemadsorption)", 배양 상등액이 적혈구를 응집시키는 "혈구응집 (hemagglutination)"이다.

지표 세포는 한 종류로는 부족하다. 바이러스마다 감염할 수 있는 세포가 다르기 때문에, 세포주와 같은 종의 세포 (CHO 제품이라면 햄스터 유래 세포), 사람 이배체 세포 (MRC-5 등), 원숭이 신장 세포 (Vero 등)를 포함한 패널을 사용한다. 배양 기간은 세포은행 시험의 경우 28일이며, 그 사이 2주 시점에 최소 한 번 계대하여 느리게 증식하는 바이러스도 놓치지 않도록 한다. 같은 28일 관찰 기간이 뒤에서 볼 매 배치 미정제 벌크 시험에도 적용되므로, 배치 일정을 짤 때는 이 시험 결과가 언제 나오는지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in vivo 시험과 NGS

세포에서 자라지 않는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예전에는 검체를 젖먹이 마우스, 성체 마우스, 유정란에 접종하는 "in vivo 시험"을 함께 수행하였다. R2 개정에서 이 부분이 크게 바뀌었다. CHO, NS0, SP2/0처럼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특성이 잘 알려진 세포주에는 in vivo 시험이 필요하지 않다고 명시하였고, 그 대신 특정 바이러스를 겨냥하지 않고 검체 안의 모든 핵산 서열을 읽어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까지 찾아내는 "비표적 NGS (non-targeted NGS)"를 in vivo 시험의 대체 방법으로 권장한다. 동물 사용을 줄이자는 세계적 흐름과 NGS의 검출 범위가 더 넓다는 과학적 근거가 함께 반영된 결과다.

이 외에 세포주의 유래와 원료에 따라 "특정 바이러스 시험"을 추가한다. 소 혈청이나 돼지 트립신을 사용하였다면 소와 돼지 바이러스를, 설치류 세포주라면 마우스 항체 생성 시험 (MAP)과 같은 동물 시험이나 PCR로 설치류 특이 바이러스를 확인한다. R2에서는 이 동물 시험도 PCR이나 NGS로 대체할 수 있다.

미정제 벌크 시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