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양이 끝나고 정제가 끝나면 원액이 나온다. 이제 남은 일은 이 원액이 규격에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QC의 영역이고, 채용 공고에서 "품질관리"라는 이름으로 뽑는 직무가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 단계를 설명해 보라고 하면 답이 대개 짧아진다. "순도와 함량을 시험합니다"에서 멈추거나, 시험 이름을 나열하다가 각각이 무엇을 보는지에서 막힌다. 시험 항목이 왜 그렇게 구성되어 있는지, 무엇을 근거로 그 숫자가 규격이 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더 그렇다.

이번 글에서는 ICH Q6B를 바탕으로 규격이 무엇인지, 시험 항목이 어떻게 나뉘는지, 항체의약품에서는 어떤 시험을 어떻게 배치하는지, 시험 결과가 출하 판정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차례로 정리한다.

"순도시험이 왜 여러 개일까?" "역가와 함량은 무엇이 다를까?" "출하시험을 다 통과하면 그 배치는 안전하다고 말해도 될까?" 품질관리를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답이 막혔을 질문이다. 본문에서 하나씩 답한다.

규격이 하는 일

규격의 정의

ICH Q6B는 규격 (specification)을 "시험 항목의 목록, 시험방법에 대한 참조, 그리고 그 시험에 대한 적절한 판정기준의 목록"으로 정의한다. 판정기준은 수치 한계, 범위, 또는 그 밖의 기준이다. 그리고 "규격에 적합하다"는 말은 "원액과 완제를 규격에 적힌 시험방법에 따라 시험하였을 때 판정기준을 만족한다"는 뜻이라고 못 박는다.

이 정의는 세 부분으로 나뉜다. 무엇을 볼지 (시험 항목), 어떻게 볼지 (시험방법), 어디까지 허용할지 (판정기준)이다. 셋 중 하나만 빠져도 규격이 아니다. "응집체 2% 이하"만 적혀 있고 어떤 방법으로 측정하는지가 없으면, 방법에 따라 값이 달라지므로 판정이 성립하지 않는다.

총 관리 전략 안에서의 규격

규격에 적합하면 품질이 보증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Q6B는 그렇지 않다고 분명히 적는다.

Q6B는 규격이 "제품의 품질과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총 관리 전략의 한 부분"이라고 쓰고, 그 전략의 다른 부분으로 개발 단계의 철저한 특성분석, GMP 준수, 밸리데이션된 제조 공정, 원부자재 시험, 공정 중 시험, 안정성 시험을 나열한다. 규격은 이 가운데 품질을 확인하는 절차이지 품질을 만들어 내는 장치가 아니다.

같은 맥락의 문장이 하나 더 있다. Q6B는 "규격은 원액과 완제를 완전히 특성분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선정된다"고 한다. 개발 단계에서는 제품의 구조와 성질을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조사하지만, 그중 매 배치 반복할 만한 항목만 규격으로 남는다. 규격에 없는 시험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시험으로 볼 내용을 개발 단계에서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그래서 규격 항목의 개수가 제품의 품질 수준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험을 열 개 하는 제품이 다섯 개 하는 제품보다 좋은 것이 아니라, 그 제품에서 관리해야 할 위험이 열 가지였다고 보면 된다.

총 관리 전략 안에서의 규격과 규격의 세 부분

그림 1. 총 관리 전략과 규격의 세 부분

판정기준의 근거

규격 항목을 정했다면 다음은 그 숫자를 어디에서 가져오는가이다. 응집체 2% 이하라고 적으려면 2라는 숫자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Q6B는 판정기준을 "비임상 및 임상 시험에 사용한 배치의 자료, 제조 일관성 입증에 사용한 배치의 자료, 안정성 시험 자료, 그리고 관련 개발 자료에 근거하여 설정하고 정당화"하도록 한다. 요컨대 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물질이 어느 범위 안에 있었는지가 출발점이고, 여기에 제조의 편차와 시험의 편차가 더해져 범위가 정해진다.

기준이 되는 것은 임상에서 확인된 범위다. 사람에게 투여해 본 적이 없는 수준의 불순물을 허용하는 규격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반대로 공정이 실제로 낼 수 없는 수준까지 좁게 잡으면 정상적인 배치가 규격일탈로 처리된다.

Q6B는 허가 신청 시점에 자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래서 관리되거나 허용 수준까지 제거된다는 것이 입증된 불순물이라면 그 시험을 규격에서 빼는 개념을, 지역 규정에 따라 허가 후에 적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다만 Q6B가 제조 경험이 쌓이면 더 다듬어 가라고 한 대상은 제조자가 책임지는 사내 조치한계이지 허가받은 규격의 판정기준이 아니다. 판정기준을 바꾸려면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출하 시점과 유효기간 말의 기준을 다르게 두는 방식도 있다. Q6B는 정당화되는 경우 출하 한도를 유효기간 한도보다 좁게 두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이 개념이 사내 한도에만 적용되고 허가상의 유효기간 한도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보관 중에 변할 항목이라면 출하 시점에 여유를 두고 나가야 유효기간 말까지 규격 안에 머문다는 발상이다.

시험 항목의 다섯 가지

Q6B는 원액의 규격을 다섯 가지로 제시한다. 성상, 확인시험, 순도와 불순물, 역가, 함량이다. 완제의 규격은 여기에 일반시험과 제형별 추가 시험이 붙는다. 다만 Q6B는 원액에 대해서도 엔도톡신 시험과 같은 약전시험을 해당하는 경우 수행하도록 하므로, 원액에 약전시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Table 1. ICH Q6B가 제시하는 규격의 구성

구분 묻는 것 항체에서의 예 원액 완제
성상 눈으로 보아 평소와 같은가 무색~미황색의 맑은 액 있음 있음
확인시험 이것이 그 제품이 맞는가 펩타이드 맵핑, 등전점 패턴, 결합 시험 있음 있음
순도와 불순물 목적물질이 얼마나 되고 나머지는 무엇인가 응집체, 단편, 전하 변이체, 숙주세포단백질, 잔류 DNA 있음 있음
역가 생물학적으로 얼마나 일하는가 세포 기반 활성 시험, 결합 시험 있음 있음
함량 단백질이 얼마나 들어 있는가 280 nm 흡광도에 의한 단백질 함량 있음 있음
일반시험 주사제로서 갖출 것을 갖추었는가 무균, 엔도톡신, pH, 삼투압, 불용성미립자, 용량 별도 항목은 아니지만, 약전시험은 해당하면 수행 있음

ICH Q6B가 제시하는 규격의 다섯 가지와 원액·완제의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