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회사의 QC, 분석, 공정개발 직무를 준비하다 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시험법이 ELISA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다. 학부 실험이나 연구실에서 한 번쯤 키트를 사용해 본 사람은 많지만, 면접에서 "원리를 설명해 보세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의외로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키트 매뉴얼의 순서는 기억나는데, 왜 그 순서인지는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ELISA의 원리를 기초부터 알아보고, 나아가 ELISA로 측정한 값을 과연 믿어도 되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인 "Spiking recovery (첨가 회수율)"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분명 매뉴얼대로 했는데 왜 background가 높게 나올까?" "TMB 발색 후 정지액을 넣으면 왜 파란색이 노란색으로 변할까?" "표준품으로 그린 검량선이 정확하면, 실제 시료의 측정값도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ELISA를 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져 봤을 궁금증들이다. 하나씩 차근차근 알아보자.

ELISA 개요

ELISA는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하여 생체 시료 중에 포함된 항원 단백질의 양을 정량하는 방법으로, 항체에 결합된 효소의 활성을 측정함으로써 항원의 양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항원-항체 간의 특이적인 결합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분석 대상이 항체를 생성할 수 있는 물질이어야 하고, 분석 대상에 특이적인 항체가 존재하여야 적용이 가능하다.

ELISA는 크게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항원을 붙잡는 "항체", 신호를 만들어 내는 "효소", 그리고 그 신호를 숫자로 바꾸는 "흡광도 측정"이다. 항체가 특이성을 담당하고, 효소가 감도를 담당한다. 효소 한 분자는 기질을 계속해서 발색 물질로 바꾸기 때문에, 항원 몇 개가 만들어 내는 신호가 수천 배로 증폭된다. 이름의 앞부분인 Enzyme-Linked가 바로 이 뜻이다.

증폭이라는 점에서 PCR과 비교해 보면 개념이 좀 더 분명해진다. PCR은 표적 DNA 자체를 복제하여 수를 늘리는 기술이고, ELISA는 표적은 그대로 둔 채 효소를 이용하여 신호를 늘리는 기술이다. 단백질은 DNA처럼 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늘릴 수 있는 것이 신호뿐인 셈이다.

그럼 ELISA는 어디에 사용될까? 바이오의약품 하나가 개발되어 환자에게 투여되기까지는 평균 12~15년이 소요되는데, 그 과정 곳곳에서 ELISA가 사용된다. 배양 공정에서는 배양 상등액의 titer (배양액 중 목적 단백질의 농도)를 측정하여 생산성을 판단하고, 정제 공정에서는 숙주세포단백질 (HCP, host cell proteins)이나 잔류 Protein A와 같은 공정유래 불순물이 제거되었는지 확인한다. 비임상과 임상 단계에서는 혈중 약물 농도를 측정하여 반감기와 유효 농도를 분석하고, 약물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생성되는 항약물항체 (ADA, anti-drug antibodies)의 생성 여부를 조사한다. 항체나 재조합단백질과 같은 고분자 의약품은 체내에서 면역원성을 유발할 수 있고, 그중 중화항체는 약효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에 확인하여야 한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titer와 potency (역가)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다. titer는 단백질의 양 (농도)을 말하고, potency는 생물학적 활성의 크기를 말한다. 규격서에는 두 항목이 별도로 존재하므로 면접에서 혼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학교에서의 ELISA가 "이 단백질이 얼마나 발현되었나"를 보는 연구 도구라면, 회사에서의 ELISA는 배치의 출하 여부를 판정하는 시험에 사용된다. 측정값에 책임이 따른다는 의미이며, 검량선, matrix effect, 회수율과 같은 항목들이 전부 따라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항원과 항체

ELISA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항원과 항체에 대해 잠깐 알아보고 가야 한다.

"항원 (Antigen)"은 면역반응을 통해 항체 생성을 유발하는 물질로, 항체가 결합하는 부위인 "Epitope (항원결정기)"을 포함하고 있다. Epitope은 아미노산 서열의 일부인 "linear peptide"일 수도 있고, 단백질이 접혀서 만들어진 "고차 구조"의 일부일 수도 있다.

이 구분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가 있다. Western blot은 SDS로 변성시켜 풀어진 단백질에 항체를 결합시키는 반면, sandwich ELISA는 시료 중에 고차 구조를 유지한 채 존재하는 항원에 항체를 결합시킨다. 따라서 Western blot에서 잘 작동하던 항체가 ELISA에서는 신호를 내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항체를 구입할 때 데이터시트에서 적용 가능한 실험법 (WB, IHC, ELISA)을 확인하여야 하는 이유다.

"항체 (Antibody)"는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B 세포가 생성하는 면역 단백질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하나의 B 세포는 한 종류의 항체만 만든다. 그러므로 단일 클론 (monoclone)의 B 세포로부터 만들어진 항체는 1 종류의 항체만 포함하며, 이를 "Monoclonal 항체"라 한다. 반면 고분자 단백질은 다양한 epitope을 포함하고 있어 면역반응 과정에 여러 클론의 B 세포가 만들어지는데, 복수의 클론 (polyclone)으로부터 만들어진 다양한 항체의 혼합물을 "Polyclonal 항체"라 한다.

생산 방식도 다르다. Monoclonal 항체는 mouse나 rat에 항원을 투여한 후 비장의 B 세포를 회수하여 무한 증식이 가능한 골수종 세포 (myeloma)와 융합시켜 hybridoma를 만들고, 이 중에서 원하는 항체를 생산하는 클론을 선별하여 생산한다. 융합이 먼저이고 클론 선별이 나중이다. Polyclonal 항체는 면역시킨 동물의 혈청으로부터 항원 특이적인 항체를 정제하여 얻는데, 숙주로는 rabbit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많은 양이 필요한 경우 goat, sheep, horse와 같은 대동물을 사용한다.

Table 1. Monoclonal 항체와 Polyclonal 항체의 비교

구분 Monoclonal 항체 Polyclonal 항체
인식하는 epitope 1 종류 여러 종류
구성 단일 클론 유래의 단일 항체 여러 클론 유래의 항체 혼합물
생산 hybridoma 세포 배양 면역 동물 (주로 rabbit)의 혈청에서 정제
특징 특이성이 높고 배치 간 편차가 작음 적용 범위가 넓고 신호 증폭에 유리함

ELISA의 세 가지 분석 방법

ELISA는 항원을 검출하는 방법에 따라 크게 세 가지 (Direct ELISA, Indirect ELISA, Sandwich ELISA)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Direct ELISA"는 항원을 immunoplate에 먼저 결합시킨 후, 효소가 결합된 항체 하나로 항원을 직접 검출하는 방법이다. 가장 간단하고 빠르지만, 신호를 증폭하는 단계가 없어 항원이 적정량 이상 존재하여야 하고, 특이성이 높은 항체 1 종류가 확보된 경우에 적용하기 적합하다.

두 번째, "Indirect ELISA"는 plate에 항원을 결합시킨 후, 항원 특이적인 1차 항체를 결합시키고, 효소가 결합된 2차 항체로 1차 항체를 검출하는 방법이다. 1차 항체 하나에 2차 항체가 2개 이상 결합할 수 있어 신호가 증폭되고, 1차 항체에 효소를 직접 결합시키지 않으므로 항체의 결합력도 유지된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2차 항체는 항원이 아니라 "1차 항체를 만든 동물 종의 IgG"를 인식한다. 항원을 한 번 더 선별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2차 항체가 비특이적으로 결합할 자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어서, indirect ELISA의 장점은 특이성이 아니라 감도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세 번째, "Sandwich ELISA"는 plate에 항원 특이적인 "Capture 항체"를 먼저 결합시키고, 시료 중의 항원을 capture 항체에 붙잡은 후, 항원에 "Detection 항체"를 결합시켜 검출하는 방법이다. 항원이 두 항체 사이에 끼인 모양이라 샌드위치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방법은 항원의 서로 다른 부위에 결합하는 항체가 최소 2 종류 이상 있어야 가능하다. 두 항체가 같은 epitope을 인식하면 capture 항체가 자리를 차지해 버려 detection 항체가 결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capture와 detection 두 단계에서 동일한 항원을 두 번 선별하게 되므로 특이성이 세 방법 중 가장 높고, 감도도 가장 우수하다. PCR에서 primer 쌍 외에 내부 서열에 결합하는 probe를 추가로 사용하는 TaqMan 방식이 특이성을 높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회사에서 정량 목적으로 사용하는 ELISA는 대부분 sandwich 방식이다.

Direct, Indirect, Sandwich ELISA 세 방식의 구조 비교

그림 1. ELISA 세 가지 방식 — 무엇을 plate에 먼저 붙이는가

Table 2. 세 가지 ELISA 방법의 비교

구분 Direct Indirect Sandwich
plate에 먼저 결합 항원 항원 capture 항체
필요한 항체 효소 결합 항체 1종 1차 + 2차 항체 capture + detection 항체
항원 선별 횟수 1회 1회 2회
특이성 낮음 낮음 (2차 항체 비특이 결합 가능) 높음
감도 낮음 중간 높음
주된 용도 신속 확인 혈청 항체 titer (항체가) 측정 등 미량 정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