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의약품 회사의 세포배양, 공정개발, QA, QC 직무를 준비하다 보면 공정 설명의 첫 줄에서 반드시 만나는 단어가 "세포은행 (cell bank)"이다. 배양 공정도는 대개 "WCB 바이알 해동"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 바이알이 어디에서 왔는지, 왜 MCB와 WCB로 두 단계를 두는지, RCB라는 것은 또 무엇인지, 세포은행 하나를 만들 때 어떤 시험을 하는지를 물으면 답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공정의 출발점인데 정작 공정 교육에서는 한 줄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ICH Q5D를 바탕으로 세포은행이 필요한 이유부터 알아보고, 세포주 개발 단계의 RCB, GMP로 제조하는 MCB와 WCB의 2단 체계, 세포은행을 만들고 얼리고 보관하는 방법, 그리고 MCB, WCB, 생산종료세포에 대해 수행하는 특성분석과 시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세포는 계속 키우면 되는데 왜 굳이 얼려서 은행을 만들까?" "MCB 한 바이알로 바로 생산하면 되지 왜 WCB를 또 만들까?" "RCB와 MCB는 같은 세포인데 무엇이 다를까?" 세포배양 공정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져 봤을 궁금증들이다. 하나씩 차근차근 알아보자.
세포은행이 필요한 이유
바이오의약품은 살아 있는 세포가 만든다. 그리고 살아 있는 세포는 계대를 거듭할수록 변한다. 배양 접시에서 세포를 계속 키우면 성장 속도가 빠른 세포가 점점 많아지고, 유전자의 복제 수가 바뀌며,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만들어지는 단백질의 당쇄 분포가 달라지기도 한다. 10년 전에 허가받은 제품과 오늘 만드는 제품이 같은 세포에서 나왔다고 말하려면, 그 세포가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장할 방법이 필요하다.
세포를 계속 키우는 방법으로는 이것을 보장할 수 없다. 대신 세포를 어느 시점에 한꺼번에 얼려 두고, 필요할 때마다 그 냉동 세포를 한 바이알씩 꺼내어 같은 출발점에서 배양을 시작하는 방법을 쓴다. 이렇게 한 번에 만들어 여러 용기에 나누어 얼려 둔 세포 집단이 세포은행이다. 매 배치의 배양이 같은 세포, 같은 계대 수에서 출발하므로 배치 간 일관성의 근거가 된다.
ICH Q5D는 세포은행을 "내용물의 조성이 균일한 용기들의 집합으로, 정해진 조건에서 보관하며 각 용기가 단일 세포 풀 (single pool)의 분주분인 것"으로 정의하고, MCB는 "일반적으로 선정된 세포 클론으로부터 정해진 조건에서 제조한 단일 세포 풀을 여러 용기에 분주하여 정해진 조건에서 보관한 것"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두 가지 조건이 중요하다. 하나는 "단일 풀"이다. 여러 배양 용기에서 키운 세포를 하나로 합친 뒤 나누어 담아야 모든 바이알의 내용이 균일하다. 다른 하나는 "정해진 조건"이다. 언제, 몇 계대에서, 어떤 배지와 동결보호제로, 어떤 속도로 얼렸는지가 문서로 남아야 나중에 같은 출발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첫 번째 궁금증에 답할 수 있다. 세포를 얼려서 은행으로 만드는 이유는 세포가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때문이다. 세포은행은 세포를 저장하는 창고가 아니라 "변하기 전의 세포"를 시간 속에 고정해 두는 기준점이다. 그래서 세포은행은 규제 문서에서 제품의 시작 물질 (starting material)로 다루어지고, 세포은행이 바뀌면 제조 공정이 바뀐 것으로 본다.
세포주 개발과 RCB
세포은행 이야기를 하려면 그 앞 단계인 세포주 개발 (cell line development)부터 보아야 한다. 항체를 만드는 CHO 세포는 원래 항체 유전자가 없다. 항체의 중쇄와 경쇄 유전자를 넣은 발현 벡터를 CHO 숙주세포에 도입 (transfection)하면, 유전자가 세포마다 다른 위치에 다른 개수로 들어간다. 그 결과 만들어진 세포 집단은 생산성도 안정성도 제각각인 세포들의 혼합물이다.
이 혼합물에서 세포 하나를 골라 그 세포의 자손만으로 세포주를 만드는 과정이 클로닝 (cloning)이다. ICH Q5D는 재조합 제품의 세포 기질 (cell substrate)을 "원하는 서열을 포함하며 단일 세포 조상으로부터 클로닝된, 유전자를 도입한 (transfected) 세포"로 정의한다. 단일 세포에서 유래하여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서로 다른 세포가 섞여 있으면 배양을 거듭하는 동안 성장 속도가 빠른 세포가 집단을 차지하여 제품의 특성이 시간에 따라 흘러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세포를 아주 묽게 희석하여 well 하나에 평균 한 개 미만이 들어가도록 분주하는 한계희석 (limiting dilution)을 두 번 반복하는 방법으로 단일 세포 유래 확률을 높였다. 최근에는 세포 하나를 well에 넣은 직후 영상으로 세포가 한 개인 것을 확인하고, 이후 매일 촬영하여 하나의 세포에서 집락이 자라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규제기관은 이 기록을 "클로날리티의 보증 (assurance of clonality)"으로 요구하며, 세포주 개발 자료의 첫 번째 질문이 된다.
수백에서 수천 개의 클론을 만들어 생산성, 성장 특성, 제품 품질 (응집체, 당쇄, 전하 변이체), 그리고 계대를 거듭하여도 생산성이 유지되는지를 평가한 뒤 최종 클론 하나를 고른다. 이렇게 선정한 클론을 연구개발 단계에서 처음 얼려 둔 것이 "RCB (research cell bank, 연구용 세포은행)"다. RCB는 GMP가 아닌 연구 시설에서 만들며, 공정 개발, 비임상 시료 생산, MCB 제조의 출발 물질로 쓰인다. 세포주 개발 회사에서 넘겨받는 것도 대개 RCB 바이알이다.
여기서 세 번째 궁금증에 답할 수 있다. RCB와 MCB는 같은 클론에서 나온 같은 세포다. 다른 것은 세포가 아니라 "제조 조건과 시험의 수준"이다. RCB는 연구 시설에서 연구자가 만든 것이고, MCB는 GMP 시설에서 정해진 절차서에 따라 만들고 ICH Q5D, Q5A(R2), Q5B가 요구하는 시험을 모두 거친 것이다. 임상시험용 의약품부터는 GMP 세포은행에서 만든 세포로 생산하여야 하므로, 사람에게 처음 투여하는 임상 1상이 MCB를 만드는 시점이 된다. RCB로 만든 물질이 사람에게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하며, 면접에서 "RCB로 임상 시료를 만든다"고 답하면 GMP의 경계를 모르는 것으로 들린다.
Table 1. RCB, MCB, WCB의 비교
| 구분 | RCB (연구용 세포은행) | MCB (마스터 세포은행) | WCB (워킹 세포은행) |
| 만드는 곳 | 연구개발 시설 (비GMP) | GMP 시설 | GMP 시설 |
| 출발 물질 | 최종 선정 클론 | RCB 한 바이알 | MCB 한 개 이상의 바이알 |
| 용도 | 공정 개발, 비임상, MCB 제조 | WCB 제조 (직접 생산에는 원칙적으로 쓰지 않음) | 매 배치 생산의 출발 |
| 시험 범위 | 기본 확인 (무균, 마이코플라스마 등) | 가장 광범위 (동일성, 순도, 바이러스, 유전적 안정성) | 축소 (동일성 일부, 무균, 마이코플라스마, in vitro 바이러스) |
| 규제상 위치 | 개발 이력 자료 | 허가 자료의 시작 물질, 변경 시 비교동등성 필요 | 허가 자료에 제조·시험 절차 기재, 추가 제조 시 적격성 확인 |
2단 세포은행 체계
ICH Q5D는 MCB로 WCB를 만들고, WCB로 생산하는 "2단 (two-tiered) 세포은행" 체계를 가장 실용적인 접근으로 인정한다. MCB만 두고 WCB 없이 운영하는 1단 체계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상업 생산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이유는 MCB의 소모에 있다.
MCB는 한 번 만들면 다시 만들기 어렵다. MCB를 새로 만들면 규제상 제조 공정의 변경이 되어, 새 MCB로 만든 제품이 기존 제품과 매우 유사함을 입증하는 비교동등성 (comparability)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MCB 바이알을 매 배치마다 하나씩 꺼내어 쓰면 200바이알짜리 MCB는 200배치 만에 바닥이 난다. 대신 MCB 한 바이알을 꺼내어 확장 배양한 뒤 다시 수백 바이알로 얼려 WCB를 만들면, MCB 한 바이알이 수백 배치를 감당한다. WCB가 소진되면 MCB 바이알을 하나 더 꺼내어 새 WCB를 만들면 되므로, MCB는 제품의 수명 내내 거의 줄지 않는다.
그림 1. 세포은행의 2단 체계 — RCB에서 생산종료세포까지
예제) MCB 200바이알, WCB는 MCB 한 바이알로 300바이알을 만들고, 매 배치 WCB 한 바이알을 해동한다. 연간 40배치를 생산한다면 WCB 하나로 몇 년을 쓸 수 있고, MCB는 얼마나 소모되는가?
WCB 300바이알 중 시험과 보관 안정성 평가에 쓸 바이알을 30개 정도 남겨 두면 270배치를 생산할 수 있으므로, 연간 40배치 기준으로 약 6~7년을 쓴다. 그동안 MCB는 한 바이알만 소모된다. 이 숫자는 설명을 위한 예시이며, 실제 바이알 수는 회사와 제품마다 다르다. 다만 계산의 구조, 즉 "MCB는 WCB를 만들 때만 쓰고, WCB가 배치를 감당한다"는 논리는 어디서나 같다.
여기서 두 번째 궁금증에 답할 수 있다. MCB로 직접 생산하지 않고 WCB를 두는 이유는 MCB를 아끼기 위해서다. MCB는 제품의 원본이고, WCB는 원본에서 찍어낸 작업용 사본이다. 사본이 떨어지면 원본에서 다시 찍으면 되지만, 원본이 떨어지면 새 원본을 만들고 그것이 옛 원본과 같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