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 완전정복」 두 번째 글입니다. 1편에서 세포배양(Upstream)을 다뤘으니, 이번에는 배양액에서 목적 단백질만 골라내는 정제(Downstream) 공정을 정리합니다.
정제는 면접에서 가장 편차가 크게 벌어지는 영역입니다. 배양은 "세포를 키운다"는 직관이 있어 비전공자도 어느 정도 설명하지만, 정제는 크로마토그래피 모드마다 원리가 다르고 바이러스 안전성이라는 규제 축이 하나 더 얹혀 있어서, 준비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답변이 첫 두 문장에서 갈립니다. 반대로 말하면 여기가 준비 대비 효율이 가장 좋은 구간입니다.
이 글에서 특정 회사의 실제 공정, 수지 브랜드, 구체적인 수율 수치는 다루지 않습니다.
1. 정제 직무는 무엇을 하는 자리인가 — 배양과 무엇이 다른가
배양이 '만드는' 일이라면 정제는 '덜어내는' 일입니다. 배양 공정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세포를 건강하게 늘리고 목적 단백질을 최대한 많이 발현시키는 것. 성공의 지표는 역가(titer)와 생존율입니다. 더하는 방향의 일입니다.
정제는 정반대입니다. 배양이 끝난 순간 탱크 안에는 목적 항체 외에도 숙주세포 단백질(HCP), 숙주세포 DNA, 세포 파편, 배지 성분, 소포제, 그리고 세포가 죽으면서 튀어나온 온갖 것들이 함께 있습니다. 정제의 목표는 이 중에서 목적 단백질만 남기고 나머지를 계통적으로 덜어내는 것입니다. 성공의 지표는 순도와 수율, 그리고 이 둘의 균형입니다.
이 차이가 직무 성격까지 바꿉니다. 배양은 한 배치가 2~3주 동안 이어지고 그 사이 개입 지점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반면 정제는 며칠 안에 여러 단계가 연달아 이어지고, 각 단계마다 개시 조건·중단 조건·풀링(pooling) 판단이 들어갑니다. 크로마토그램을 보면서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를 모을 것인가"를 매번 새로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풀링 개시·종료 기준은 제조기록서에 이미 정해져 있고, 현장에서 하는 일은 이번 배치에서도 그 기준이 정상 범위 안에서 작동했는지를 확인하고 벗어나면 멈추고 보고하는 것입니다. 기준 자체를 손보는 것은 공정개발·MSAT의 일이고 변경관리 대상입니다.
| 항목 | 배양(Upstream) | 정제(Downstream) |
| 기본 방향 | 목적물을 만들어 늘림 | 불순물을 계통적으로 제거 |
| 핵심 지표 | 역가, 생존율, 세포 밀도 | 순도, 단계수율, 불순물 잔류량 |
| 시간 스케일 | 주 단위, 연속 모니터링 | 일 단위, 단계별 판단 지점 다수 |
| 주된 변수 | 온도, pH, DO, 공급 전략 | pH, 전도도, 체류시간, 부하량 |
| 되돌릴 수 있는가 | 일부 조건은 보정 가능 | 한 번 흘려보낸 분획은 회수 불가 |
| 규제 접점 | 세포은행, 외래성 미생물 관리 | 바이러스 클리어런스, 불순물 규격 |
정제 직무의 실제 업무는 크게 셋으로 나뉩니다. 첫째, 배치 실행입니다. 제조기록서에 따라 완충액을 확인하고 컬럼을 준비하고 크로마토그래피 스키드을 운전하며, 각 단계의 개시·수집·종료 판단을 내립니다. 둘째, 설비 관리입니다. 컬럼 충전 상태 점검, CIP/SIP, 막 완전성 시험(integrity test), 수지 수명 관리가 여기 들어갑니다. 셋째, 문서와 일탈 대응입니다. 크로마토그램이 평소와 다르게 나왔을 때 그것이 정상 변동인지 일탈인지 판단하고 기록하는 일이 실제로 시간을 가장 많이 잡아먹습니다.
면접에서 "정제 직무가 하는 일을 아느냐"고 물으면, 이 세 축을 언급하면서 "실험실 정제와 생산 정제의 차이는 재현성과 문서화에 있다"고 덧붙이는 답이 좋습니다. 학부·대학원에서 FPLC를 다뤄본 경험이 있다면, 그 경험을 그대로 자랑하기보다 "그때는 잘 나온 분획만 쓰면 됐지만 생산은 매 배치 같은 분획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이해했습니다"로 연결하는 편이 훨씬 잘 먹힙니다.
정제 직무 지원자가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크로마토그래피 원리만 외워 가는 것입니다. 실무의 절반은 완충액 준비, 컬럼 상태 관리, 문서 작성입니다. 원리를 아는 것은 기본 점수고, 변별력은 "이 단계가 왜 이 순서에 있는가"를 설명할 때 생깁니다.
2. 정제 공정 용어 정리
정제는 약어 밀도가 높은 영역입니다. 면접관이 약어를 그대로 던지는 경우가 많아서, 뜻을 몰라 질문 자체를 못 알아듣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아래는 최소한으로 알고 들어가야 할 목록입니다.
| 용어 | 정식 명칭 | 의미 |
| DSP | Downstream Process | 배양 이후 원액이 나올 때까지의 전 공정. 하베스트를 어느 쪽에 넣을지는 회사마다 다르며, 이 글에서는 정제의 출발점으로 놓고 따라갑니다 |
| Harvest | 회수 | 배양 종료 후 배양액에서 세포를 분리해 목적물이 든 액을 확보 |
| Clarification | 청징 | 세포·파편·미립자를 제거해 크로마토그래피에 걸 수 있는 맑은 액으로 만드는 것 |
| Capture | 포획 단계 | 대량의 묽은 액에서 목적물을 붙잡아 농축·1차 정제하는 첫 크로마토그래피 |
| Intermediate | 중간 정제 | 잔류 HCP·DNA·누출된 리간드 등 주요 불순물을 덜어내는 중간 단계 |
| Polishing | 마무리 정제 | 응집체·전하 변이체 등 제품과 성질이 비슷한 불순물을 마지막으로 분리 |
| CV | Column Volume, 컬럼부피 | 충전된 수지가 차지하는 부피. 모든 완충액 사용량의 기준 단위 |
| DBC | Dynamic Binding Capacity, 동적결합용량 | 액을 흘리는 조건에서 수지 1 L가 실제로 붙잡을 수 있는 목적물 양. 체류시간에 따라 달라짐 |
| SBC | Static Binding Capacity, 정적결합용량 | 흐름 없이 평형에 도달했을 때 수지 1 L가 붙잡는 최대 결합량. 보통 DBC보다 크므로 실제 운전 설계에는 DBC를 씀 |
| Breakthrough | 파과 | 로딩 중 목적물이 컬럼 출구로 새어나오기 시작하는 시점. 수지가 완전히 포화되기 전에도 나타나며, 보통 낮은 파과율(예: 10%) 지점을 DBC 기준으로 삼음 |
| Residence time | 체류시간 | 액이 컬럼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 결합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 |
| Linear velocity | 선속도 | 단면적당 유속(cm/h). 스케일업에서 고정하는 값 |
| Bed height | 충전층 높이 | 컬럼에 충전된 수지층의 높이. 선속도와 함께 체류시간을 결정 |
| CIP / SIP | Cleaning / Sterilization In Place | 설비를 분해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세척·멸균하는 절차 |
| HCP | Host Cell Protein, 숙주세포 단백질 | 숙주세포가 만든 단백질 전반. 대표적 공정유래 불순물 |
| UF / DF | Ultrafiltration / Diafiltration | 한외여과는 농축, 투석여과는 완충액 교환 |
| TFF | Tangential Flow Filtration, 접선흐름여과 | 막 표면과 평행하게 액을 흘려 막힘을 줄이는 여과 방식 |
| TMP | Transmembrane Pressure, 막간차압 | 막을 사이에 둔 압력차. 여과 추진력 |
| Diavolume | 다이아볼륨(DV) | 투석여과 시 투입한 교환 완충액 부피를 시료 부피로 나눈 값 |
| LRV | Log Reduction Value | 한 단계가 바이러스를 얼마나 줄였는지 로그 스케일로 나타낸 값 |
| DS | Drug Substance, 원액 | 정제가 끝난 최종 단백질 용액. 정제 공정의 산출물 |
이 표에서 면접 빈출도가 가장 높은 셋을 꼽으면 DBC, 체류시간, 다이아볼륨입니다. 세 개 모두 "숫자를 외우는" 개념이 아니라 "무엇과 무엇의 관계인지"를 묻는 개념이라 응용 질문이 만들기 쉽기 때문입니다.
3. 회수(harvest)와 청징(clarification) — 정제의 출발점

배양이 끝난 배양액은 그대로 컬럼에 걸 수 없습니다. 세포와 세포 파편이 그대로 들어가면 컬럼 상단이 막히고 압력이 치솟습니다. 그래서 정제의 첫 일은 고체를 걷어내는 것입니다.
원심분리 — 밀도 차이로 굵은 것부터. 대용량 배양액에서는 연속식 원심분리기(디스크 스택 방식이 일반적입니다)로 세포와 큰 파편을 먼저 걷어냅니다. 밀도 차이를 이용하므로 물리적으로 굵고 무거운 것에 강하고, 처리량이 큽니다. 다만 공급액이 회전 속도까지 급가속되는 유입부에서 강한 유체역학적 전단이 걸려 세포가 깨지고 세포 내 물질이 액으로 새어나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생존율이 떨어진 배양액일수록 이 문제가 커집니다.
여기서 면접관이 자주 파고드는 지점이 배양 종료 시점과 청징 난이도의 관계입니다. 배양을 길게 끌면 역가는 조금 더 오르지만 생존율이 떨어지고 파편·DNA·HCP가 늘어나, 청징 부담과 후속 정제 부담이 함께 커집니다. 배양 팀과 정제 팀이 배치 종료 기준을 두고 협의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면접에서 "배양과 정제가 어떻게 연결되느냐"고 물으면 이 사례가 좋은 답이 됩니다.
심층여과(depth filtration) — 두께로 걸러내기. 원심분리 후에도 미세한 파편과 콜로이드성 물질이 남습니다. 심층여과는 표면의 구멍 크기만으로 거르는 막 여과와 달리, 필터 매질 내부의 굴곡진 통로 전체에서 입자를 붙잡습니다. 그래서 공칭 공극 크기보다 작은 입자도 상당 부분 제거되고, 매질에 따라 정전기적 흡착 효과까지 얻습니다. 심층여과가 HCP와 DNA를 어느 정도 줄여주는 이유가 이 흡착 성분 때문입니다.
심층여과 후에는 보통 제균여과 등급의 막 여과를 걸어 크로마토그래피 공정으로 넘깁니다. 심층여과 매질은 셀룰로오스·규조토 등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매질에서 나오는 침출물(leachable)이 공정유래 불순물로 관리 대상이 된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면 좋습니다.
응집(flocculation) — 작은 것을 크게 만들어서 걷기. 고밀도 배양이 보편화되면서, 원심분리와 심층여과만으로는 필요한 필터 면적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때 쓰는 것이 응집입니다. pH를 조절하거나 응집제·침전제를 넣어 미세 입자와 일부 불순물을 뭉치게 만든 뒤 한꺼번에 걷어내는 방식입니다. 필터 면적을 줄이고 HCP·DNA 부하도 함께 낮출 수 있습니다.
단점도 분명합니다. 추가로 넣은 시약 자체가 공정유래 불순물이 되므로 잔류량을 관리하고 제거를 입증해야 하고, 조건이 어긋나면 목적 단백질까지 함께 침전해 수율이 깎입니다. 도입 여부는 결국 필터 비용 절감과 추가 관리 부담의 저울질입니다.
| 방식 | 원리 | 강점 | 유의점 |
| 원심분리 | 밀도 차이에 의한 침강 | 처리량이 크고 소모품 부담 적음 | 전단력으로 세포 파괴 → 불순물 증가 |
| 심층여과 | 매질 내부 통로에서의 포집 + 흡착 | 미세 입자·일부 HCP/DNA 동시 감소 | 필터 침출물 관리, 대면적 시 비용 증가 |
| 막 여과 | 표면 공극에 의한 크기 배제 | 제거 성능이 명확하고 완전성 시험 가능 | 앞 단계가 부실하면 곧바로 막힘 |
| 응집·침전 | 시약·pH로 미세 입자를 뭉치게 함 | 필터 부하와 불순물 부하 동시 감소 | 첨가 시약의 잔류 관리, 수율 손실 위험 |
4. 3단계 정제 전략 — capture / intermediate / polishing

항체의약품 정제는 대체로 세 단계 크로마토그래피로 구성됩니다. 이 구성은 관행이 아니라 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각 단계가 맡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 세 단계인가. 청징을 마친 액은 부피가 크고 목적물 농도는 낮으며 불순물은 잔뜩 들어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미세한 분리를 시도하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첫 단계에서는 정밀함보다 선택성과 처리 용량을 우선해 목적물을 통째로 붙잡고 부피를 확 줄입니다. 이것이 capture입니다.
capture를 지나면 액은 작아지고 순도는 이미 상당히 올라가 있습니다. 이제 남은 HCP, 숙주세포 DNA, 누출된 리간드 같은 것들을 다른 원리로 덜어냅니다. 이것이 intermediate purification입니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제품과 성질이 매우 비슷한 것들, 즉 응집체·단편·전하 변이체입니다. 원리적으로 가장 어려운 분리이므로, 부피가 가장 작고 순도가 가장 높은 마지막에 배치합니다. 이것이 polishing입니다. 요약하면 부피가 큰 순서대로 거친 분리를 먼저, 부피가 작아진 뒤에 정밀한 분리를 배치하는 구조입니다.
| 단계 | 목적 | 주요 표적 불순물 | 대표 모드 |
| Capture | 목적물 포획, 부피 축소, 1차 정제 | 대부분의 HCP·DNA·배지 성분 | 친화(Protein A), 경우에 따라 양이온교환 |
| Intermediate | 잔류 불순물 추가 제거 | 잔류 HCP, 누출 Protein A, 일부 응집체 | 양이온교환(CEX), 혼합모드 |
| Polishing | 제품유래 변이체 최종 분리, 잔류 공정유래 불순물·바이러스 마무리 제거 | 응집체, 단편, 전하 변이체, 미량 DNA | 음이온교환(AEX, 통과 모드), HIC, 양이온교환(CEX, 결합-용출) — 전하 변이체는 주로 CEX 담당 |
불순물 지도 — 공정유래와 제품유래를 섞지 마세요
면접에서 의외로 많이 틀리는 지점입니다. 불순물은 크게 두 가지이고, 이 둘은 관리 논리가 다릅니다. 공정유래 불순물은 원칙적으로 "공정에서 최대한 없애야 하는 것"이고, 제품유래 불순물은 "완전히 없앨 수는 없고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응집체를 0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 구분 | 예시 | 유래 | 주된 제거 단계 |
| 공정유래 | 숙주세포 단백질(HCP) | 숙주세포 | Protein A, CEX, AEX 통과 모드 |
| 공정유래 | 숙주세포 DNA | 숙주세포 | AEX 통과 모드(음전하라 강하게 흡착) |
| 공정유래 | 누출된 Protein A 리간드 | 친화 수지 | CEX 등 후속 단계 |
| 공정유래 | 배지 성분, 소포제, 응집제 | 배양·청징에서 투입 | Protein A 세척, UF/DF |
| 공정유래 | 추출물·침출물(필터·백·튜빙) | 일회용 자재 | 자재 선정 단계에서 사전 평가가 핵심 |
| 제품유래 | 응집체(aggregate) | 제품 분자 자체 | CEX, HIC, 혼합모드 |
| 제품유래 | 단편(fragment) | 제품 분자 자체 | 이온교환, 혼합모드 |
| 제품유래 | 전하 변이체(산성·염기성 피크) — 그중 제품관련물질로 분류되는 것은 불순물과 구분됩니다(3편 참고) | 제품 분자 자체 | 이온교환 계열 |
| 제품유래 | 산화·탈아미드화 등 변형체 | 제품 분자 자체 | 발생 억제(공정 조건·보관)가 우선 |
